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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정해진 걸까? 유전자 vs. 환경, 그리고 우리의 선택

그알이 2025. 3. 24. 13:48

다, 타고난 대로 가는 거야.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표현이 농담처럼 떠돌다 이제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삶,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결정하는 미래, 그리고 ‘애초에 나는 안 될 운명이었어’라는 패배주의까지. 정말 모든 게 타고나는 걸까요?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미리 정해져 있는 걸까요?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이 단순한 결정론적 사고가 틀렸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전자와 환경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심지어 우리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죠. 오늘은 유전자 결정론의 허상을 짚어보고, 최신 과학이 말하는 ‘운명을 바꾸는 법’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전자 결정론? 그건 옛날 얘기!

19세기 후반, 프랜시스 골턴은 ‘우생학(Eugenics)’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 번식하면 인류가 발전한다’는 망상에서 비롯된 학문이었죠. 이후 20세기 초, 나치는 이 개념을 극단적으로 적용해 끔찍한 인종 청소를 자행했고, 인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성격과 지능, 능력이 전적으로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유전자 결정론’도 널리 퍼졌습니다. IQ는 타고나는 것이고, 성공할 사람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는 식의 생각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최근 연구들은 환경이 인간의 발달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ancy Segal의 2022년 연구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결과, 지능지수(IQ)가 최대 16점 차이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자란 환경이 다르면 지능, 성격, 가치관까지 모두 달라진다는 겁니다.

즉, 유전자는 가능성을 열어줄 뿐, 그걸 어떻게 발현시킬지는 전적으로 환경과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거죠.


후생유전학: 내 환경이 유전자를 바꾼다

최근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는 연구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후생유전학(Epigenetics)**입니다. 후생유전학은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네덜란드 기근 연구’입니다. 1944년, 네덜란드에서는 극심한 기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이후 평생 대사질환과 심혈관 질환에 시달렸죠. 연구자들이 이들을 조사한 결과, 태아 시절 영양 부족이 DNA 메틸화(DNA methylation)라는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비슷한 연구로, 캐나다의 마이클 미니(Michael Meaney) 교수팀은 어미 쥐의 양육 방식이 새끼 쥐의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어릴 때 받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적 기억이 아니라, 유전적 발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들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겪는 환경, 심지어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정적 순간: 유전자가 아닌 선택이 만든 변화

그렇다면 유전자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을 떠올려봅시다. 그의 유전자가 그를 NBA 최고의 선수로 만든 걸까요? 아닙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농구팀에서 탈락하는 좌절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같이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그의 성공은 유전자가 아닌, 끝없는 노력과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또한, 1921년부터 시작된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의 종적 연구(Longitudinal Study)는 IQ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어릴 때 지능이 높았던 학생들 중에서도 환경적 지원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평범한 삶을 살았고, 반대로 뛰어난 환경을 제공받은 학생들은 더 큰 성취를 이루었죠.

이 모든 사례는 한 가지 사실을 시사합니다. 유전자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노력, 교육, 사회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유전자 만능주의는 이제 폐기할 때가 됐습니다. 물론, 유전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빠른 신진대사를 가졌고, 어떤 사람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기억력을 타고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생유전학과 환경 연구들은 ‘노력과 경험이 충분히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좋은 환경을 선택하세요. 긍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에 몸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배움을 멈추지 마세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당신의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3.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세요. 균형 잡힌 식습관과 운동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4.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실패는 유전자가 아닌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우리는 운명의 노예가 아닙니다. 유전자도, 환경도, 결국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뎌보세요. 변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뭘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바로 뛰세요.